청소년의 뒤를 따라 미래로 향하는 성장의 길을 걷습니다.

"내 생각에는…"

  • 작성일 2017-08-03 10:31:36
  • 조회 800
  • 첨부파일

2000년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이후 불어회화를 서둘러 해야 한다는 마음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프랑스 TV 방송을 한동안 끈질기게 보던 때가 있었다.

그때 방송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바로 "je pense que"와 "parce que"라는 말이었다. 당시 그 뜻이 너무 궁금해 어설픈 발음으로 지인에게 물어봤다. 본인의 생각을 얘기할 때 말하는 내 생각에는(je pense que)이라는 뜻과 왜냐하면(parce que)이라고 했다.

그 단어가 무척이나 궁금했고 굉장히 멋진 뜻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지라 처음엔 다소 실망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니 여태껏 살아오는 동안 이 말을 당당하고 명확하게 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고 깨닫게 됐다.

결국 나의 솔직한 생각을 남에게 말하는 걸 꺼리거나 망설였었다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감보단 겸손을 내세우고, 그리고 맹목적인 양보와 희생, 인내 같은 것들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미덕이라 배워왔다. 또 자신의 솔직한 생각이나 신념 같은 건 다락방 한구석에 따로 숨겨 놓고 살아가는 것이 맞는다는 식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던 나에겐 무척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 파리지앵들과 뒤섞여 해를 거듭해 지내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나의 말과 행동에 자신감과 존재감이 묻어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그런 요소들이 지금껏 나의 춤과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의견이 당신과 같다면 난 프랑스인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프랑스인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적이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서로 존재 가치를 인정해보는 건 어떨까. 이견에 대해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다락방 깊숙이 숨겨놨던 자아와 정체성의 존재를 꺼내어, 당당하게 "je pense que"(내 생각에는)와 "parce que"(왜냐하면)를 얘기하면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조선닷컴 바로가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23&aid=0003302321&sid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