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뒤를 따라 미래로 향하는 성장의 길을 걷습니다.

지켜봐 주는 엄마 되기

  • 작성일 2017-06-12 09: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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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큰애가 중학교 졸업을 했다. 품 안에 쏙 들어오던 내 첫 아기가 나보다 더 큰 몸집으로 집 떠나 기숙 고등학교에 간다고 하니 느낌이 참 이상하다. 이렇게 빨리 품을 떠날 줄 알았으면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질걸…이란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일하는 엄마인 나는 아이랑 집에 같이 있든, 촬영장에 두고 일을 하든, 언제나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위해 무조건 많이 해주고 더 가르쳐줘야 하는 줄 알았다. 처음 해보는 엄마였기에 일방적으로 내 생각에 맞춰가다 보니 티격태격하고 혼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6년 터울로 태어난 둘째를 보며 생각이 바뀌어 갔다. 한배에서 나온 아이였건만 너무나 다르게 커갔다. 그렇게 깨달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그림을 그리는 대로 채워지는 하얀 백지가 아니라는 것을. 조급하게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자 내가 엄마라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졌다. 그뿐인가. 잊었던 어린 시절도 다시 느꼈다.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배우고 있는 것이다.

큰애는 책을 무척 좋아한다. 우리는 내가 어릴 때 한글로 읽었던 애거사 크리스티와 셜록 홈스를 다시 찾아 영어 오디오 북으로 같이 들었고, 큰애는 내게 처음으로 찰리와 초콜릿공장과 BFG를 쓴 소설가 로알드 달의 상상력을 만나게 해줬다. 해양탐험가 자크 쿠스토를 사랑하는 큰애 덕분에 물고기 생김새와 색깔만 봐도 어느 물에 사는 동물인지 대략 짐작이 됐다. 큰애는 강아지 사랑하는 방법을 내게서 배웠고 나는 뱀 키우는 방법을 큰애로부터 배웠다. 큰애가 처음 체스 대회를 나갔을 때는 나도 처음 육상 대회를 나갔던 때처럼 같이 긴장이 되었고, 대회에서 질 때마다 같이 속상했다. 그렇게 십오 년을 함께 보냈다.


나에게 처음으로 엄마라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잃어버린 어릴 적 모습을 다시 기억하게 해준 첫아이가 이제 곧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많이 섭섭하지만, 이젠 같이 하는 즐거움보다는 혼자서 헤쳐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봐 주는 엄마 되는 연습을 해야겠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23&aid=0003287534&sid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