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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에게 해주어야 할 일

  • 작성일 2014-12-12 13: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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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들의 지능지수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그들의 의지력, 습관, 맡은 일을 완수하는 능력은 향상시켜 줄 수 있습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사진)는 사교육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한국 교육현실이 아이들을 천천히 죽이고 있다고 역설해 온 그답게 학습이 아닌 습관에서 자녀교육의 해답을 제시한 것이다.




↑ < 김용 총재는 > △서울 출생(1959) △미국 이민(1964) △미 브라운대 생물학과 졸업(1982) △의료구호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 공동 설립(1987) △미 하버드대 의학(1991)·인류학(1993) 박사 △맥아더 ‘지니어스’ 장학금 수혜(2003) △세계보건기구 에이즈 담당국장(2004~2006) △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가 뽑은 ‘미국 최고의 지도자 25인’(2005) △미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06) △미 다트머스대 총장(2009~2012) △세계은행 총재(2012~현재)

교육자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인 김 총재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배움이나 삶의 난관에 맞닥뜨려도 거침없이 헤치고 나갈 수 있는 기개(氣槪·grit)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다음달 5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인재포럼 2014 개막식에서 사회통합과 신뢰회복, 글로벌 청년실업 해법,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 개선, 한국의 발전방안 등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왜 김 총재를 세계은행 수장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합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자 면담에서 세계은행 총재 미국 후보자로 거시경제학자 대신 저를 선택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인류학자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류학자는 거대한 개발담론을 넘어서 구체적인 현실에 주목합니다. 저는 보건이나 교육, 도로 건설과 같은 분야 전반에 걸쳐 프로젝트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써왔습니다. 이것이 제가 평생에 걸쳐 해온 일이라고 답하자, 대통령은 제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그것이 정답입니다."

▷지금의 김 총재가 있기까지 부모로부터 받은 가르침이나 교훈은 무엇입니까.

"아버지가 19세 때 고향인 북한 남포를 떠나 38선을 넘어 치과대학에 진학하고, 미군 부대 치과의사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아 뉴욕대에서 치주병학을 공부하게 된 일련의 과정이 저에게는 지금까지도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경기여고 수석 졸업생으로 장학금을 받고 학부과정에 다니고 있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제 부모는 1959년 한국에 돌아와 각각 서울대 치과대와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부모는 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를 주기 위해 1964년 다시 한 번 미국행을 결정했습니다."

▷김 총재는 치과 의사 아버지와 철학자 어머니 슬하에서 전인교육과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가르침은 현실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정치학과 철학에 관심이 있다고 하자, 아버지는 의과대학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나면 원하는 어떤 공부를 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동양인이 먹고살려면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사회 정의, 양성평등, 인종 차별과 같은 주제에 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고, 이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최종적 함의를 고민해 보지 않고는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제 성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김 총재의 자녀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부모가 자녀들의 지능지수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그들의 의지력, 습관, 맡은 일을 완수하는 능력은 향상시켜 줄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좋은 습관 또한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래야 배움이나 삶의 난관에 맞닥뜨려도 거침없이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정신력, 의지력, 기개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는가요.

"부모는 자식의 이를 날카롭게 갈아주는 돌이라는 말을 어머니는 종종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호랑이 부모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성실, 헌신, 전념, 그리고 기개가 앞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이 당면한 과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고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기 위해 교육, 사회,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의 관점에서 보면 6·25전쟁 이래 한국이 끊임없이 추구해온 자기혁신(reinvent)이야말로 가장 괄목한 만한 성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속적인 자기혁신을 가능하게 한 힘의 근원은 수천년 동안 한국인들을 한데 묶어준 뿌리 깊은 결속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는 스스로를 남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고, 남포에서 성장기를 보낸 아버지도 북한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5000년의 정체성을 공유한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토록 깊게 자리잡은 결속력이 일시적이나마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한국인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을 배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통합과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한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어렵지만 강도 높고 중대한 논의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깊은 연대의식을 되찾고 미래를 재창조하기 위한 방법까지 찾을 수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진다는 것이야말로 희망의 증거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제안은 한국사회의 진전을 위해 이런 논의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