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뒤를 따라 미래로 향하는 성장의 길을 걷습니다.
좋은 세 살 버릇 심어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정말일까?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 살 정도만 돼도 아이는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부터 시작해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는 부모와 실랑이를 벌인다. 때로는 부모가, 때로는 아이가 이기면서 아이의 버릇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버릇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점차 단단하게 굳어져서 결국 성인의 성격으로 남게 된다.
2010년 미국 UC 리버사이드의 네이브(Christhpher S. Nave)와 그의 동료들은 1960년대 진행했던 한 연구에서 당시 초등학생들의 성격과 행동특성 자료를 구했다. 그리고 이들을 연구실로 초대해 심층 면접을 하면서 녹화를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144명의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모두 중년으로 변해버린 과거의 초등학생들. 40년이란 세월은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어린 시절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유창하게 말을 했던 아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주도적이며 능숙하게 대처하는 중년이, 적응을 잘 했던 아이들은 활기차고 여전히 호기심이 많은 중년이 되어 있었다. 충동적이었던 아이들은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중년이, 자신감이 없었던 아이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중년이 되어 있었다.
성인에게 어린 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굳이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아니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창회나 향우회다. 외모 뿐 아니라 표정과 말투, 성격이나 대인관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까지도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십 년 만에 만난 친구도 ‘딱 보면’ 알지 않던가!
본래 사람의 성격이 유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성격의 기초가 되는 기질(temperament)은 유전으로 분명히 타고난다. 참고로 기질이란 아기의 정서적 특성으로, 보통은 까다로운, 순한, 느린 기질로 구분한다. 기질이 사람의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버드 대학의 교수였던 케이건(Jerome Kagan)은 1986년부터 500명의 영아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추적 연구했다. 뇌 영상 촬영은 물론 인터뷰와 심리검사를 포함해 아이들의 기질이 성격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케이건은 반응을 크게 보인 아기들은 예민하고 내향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반응이 낮은 아기들은 보다 활동량이 높고 외향적이며 사회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성격 형성에 기질이 상당히 관여한다는 것이다.
버릇과 성격 형성에 있어서 유전과 기질은 중요한 바탕을 제공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유전과 양육을 ‘모 아니면 도’, ‘전부 아니면 전무’로 접근하면 안 된다. 타고난 유전을 끌어내는 것은 양육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기질을 가지고 있어도 부모가 어떻게 양육하고 어떤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나 나올 수 있다.
예민하고 까다로워서 쉽게 짜증을 내거나 보채는 아기는 키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가 빨리 안정을 찾도록 부모가 잘 보살펴 준다면 아기의 예민함은 이후 섬세함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반대로 키우기가 힘들다고 부모가 방치하거나 야단을 심하게 치면 아기의 예민함은 불안과 공포, 두려움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순한 아기들도 키우기 나름이다. 아기가 순하면 관심을 덜 끄는 경향이 있다. 옛말에도 ‘우는 아기가 젖을 더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순하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못 받는다면 아기들의 성격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부모들이 세밀하게 보살펴 주면 차분하고 안정적인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 케이건 역시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의 양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질은 유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기질이 어떻게 발현될지에 영향을 미치죠. 1986년 제 연구에 참여했던 영아들을 계속 추적 조사했습니다. 쉽게 불안해하고 반응을 크게 해서 내향적이라고 불렀던 20%의 영아들 중 두 아기의 이야기를 해드리죠. 한 아기는 부모로부터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24살이 된 시점에 조사를 해보니 대학에 잘 다니고 있었으며 여러 면에서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아기는 부모의 이혼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9살이 된 시점에서 조사를 했을 때 이 친구는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기질을 타고 났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모의 양육에 따라 동일한 기질을 가진 아이들도 전혀 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아기의 버릇과 성격 형성에 양육은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아니 어쩌면 부모들에게는 양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제 아무리 유전이 중요하다고 한들 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유전자나 기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기질만큼이나 부모의 양육방식도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양육 초기에 부모는 여러 시도를 해본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부모가 잘 할 수 있고, 아이도 잘 따르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렇게 정한 양육방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기를 차갑게 대하던 부모가 갑자기 따뜻하게 대할 리는 없다. 잠깐 기분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양육방식이나 태도 자체는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들은 처음부터 ‘아이에게 좋은’ 양육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에게 편한’ 양육법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양육은 부모가 하지만, 그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아이가 좋은 습관과 버릇을 갖도록 돕기 위해서는 부모들은 어떤 방식이 아이에게 좋은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귀찮고 힘이 부치더라도 포기할 수 없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좋은 세 살 버릇을 심어주는 것보다 더 우선해야 할 일은 없다. 이제는 여든이 아니라 백세 시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자료출처-베이비뉴스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