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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행복을 위해 진짜 부모가 해야 할 일

  • 작성일 2013-11-23 17: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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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설문의 내용은 ‘직업 혹은 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것을 자유롭게 그리거나 글로 적어보라’는 것이었다.

많은 초등학생들이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리며 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그려주었다.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겠다, 경찰이 되어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의사가 되어 몸이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 국제기구에서 굶어죽는 지구의 어린이들을 구하겠다’ 등등. 그들은 한 장의 A4용지 위에 미래의 자기 모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그리고 써 주었다. ‘일을 생각하면 힘이 느껴진다, 나에게 알맞은 일을 하겠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겠다, 나의 재주와 능력을 일에서 펼쳐 보이겠다’ 등 내가 생각하고 선택한 일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것은 나의 삶에 매우 중요한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읽을 수 있었다.

반면 중학생들의 응답지는 초등학생들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색채는 모두 사라지고 회색의 짧은 글들이 전부였다. 한두 학생의 글을 여기에 인용해 본다.

‘과연 내가 이 다음에 커서 일이란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일과 능력, 적성에 맞는 일이 있을까? 일이란 걸 꼭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예전엔 부모님께 기대면서 살았는데 자신이 스스로 사회에서 일을 하며 직접 돈을 벌어야 한다. 골치 아프고 피곤할 거 같다. 동료들과 어울리는데 속으로 삭혀야 할 것이 많을 것 같다. 세련되어 보이고 자부심이 생긴다. 실업률이 높다고 하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입사할 때 시험과 면접이 부담스럽다’

중학생들의 응답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심과 불안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의 생각을 요약해 보면, “직업을 가진 사람은 능력이 있고 멋져 보인다, 하지만 직업을 갖으려면 죽도록 공부해야한다. 내가 과연 일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원하는 구체적인 직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좀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몇몇 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기능이 필요한 일, 미용사라든가 요리사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가수라든가 백댄서 같은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부쩍 늘어나는 것도 이 시기이다.

중학생들은 이시기에 왜 이토록 불안한 것일까? 초등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시험과 평가를 연달아 치러내면서, 성적에 대한 긴장감이 극에 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험을 통해 맛 본 좌절감이 직업세계의 현실감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시기에 이르러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현실감을 갖게 되면서 초등학생 시기의 ‘뭐든 될 수 있다’는 기존의 생각에서 탈피하게 된다고 한다. 즉, 초등학교 시기에는 원하면 할 수 있다는 환상이 주로 일에 대한 생각의 중심이었지만 중학생에 이르러서는 일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능력이 많이 있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오랜 시간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학생들이 보여주는 불안감은 현실의 단단한 토대를 갖추고 그 위에서 꽃을 피우려는 민들레 같은 강인함으로 해석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일에 대한 이미지는 양극화된다. 어떤 고등학생들의 응답에서는 중학교 시절에 보이던 불안이 극복되거나 해결되지 않은 채 굳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완전히 좌절된 모습으로 ‘될 대로 되라’ 혹은 ‘인생 뭐있어’와 같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드러난다. 이런 학생들의 표현은 짧고 간단하다. ‘알바로 평생을 살아가도 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해야 한다’, ‘청년실업’, ‘공부해도 일자리가 없다’

하지만 비 온 뒤의 땅이 굳어지는 원리와도 같을까? 절반쯤의 학생들은 의연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낸다.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을 때 그 가족들을 생각하며 어렵고 힘들지라도 기분 좋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장래희망이었던 꿈을 이루었다면 자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므로 그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을 것이다.’
‘나의 있을 곳을 찾는 것,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겠지, 인내심을 요하는 것’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열심히 무언가를 하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다, 땀을 흘린다, 스스로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과정,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보탬이 된다’ 등등.

키가 자라고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처럼 일에 대한 생각과 능력도 자란다고 한다. 직업에 대한 생각이 폭넓어지고 선택 또는 결정하는 능력도 늘어나면 일의 세계에서 잘 적응하고 행복을 느낄 가능성도 커진다.
문제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고 적응을 도울 것이냐 하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하도록 돕는데 우리는 열을 올린다. 그리고 공부의 세계에서 많은 아이들이 성공한다. 그러나 일의 세계에서의 성공은 공부에서의 성공과 같지 않다. 거기에는 그 세계의 법칙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 법칙중의 하나가 일과 직업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의 역할분담이라는 성숙한 직업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직업은 생계를 꾸려가는 경제적인 수단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 개인에게 일과 직업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활동이 된다. 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일은 개인에게 하나의 도전적인 경험이다. 당면한 문제를 맞서 해결하면서 이를 통해 개인은 발전하고 향상된다.
대개의 청소년들은 일에 대해서 개인적인 차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 일의 세계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일은 개인적인 의미를 넘어서 사회적인 책임과 연대를 강하게 요구한다. 개인이 평생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살던 시대가 아니다. 이제 직업인은 직업세계의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책임을 다하며 다양한 연계와 소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제 일은 개인이 사회와 책임을 나누는 약속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부각된다. 직업능력 뿐 아니라 직업윤리가, 개인의 흥미뿐 아니라 사회적 도덕성과 책임이 앞서 요청된다.
일과 직업의 개인적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생각하도록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직업, 편한 직업이 아니라 평생을 헌신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다짐하는 어엿한 직업인으로 우리아이들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 자녀의 행복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작성자 : 유정이 안양대학교